[언론보도][기울어진 주총 <下>] 소액주주 운동의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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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에 방어 의뢰하는 경영진
소액주주 "변호사의 회사" 분통
주주반발 커질 수록 변호사 웃는 아이러니
[메트로신문] 대주주의 일방적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소액주주 운동이 일부 기업에서는 더 폐쇄적인 운영을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권을 지키기 위한 소액주주 연대가 역설적으로 주주친화 경영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영진이 변호사 등 법무법인에 경영권 방어를 의뢰하면서 소액주주 운동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총 관장하는 회사의 고문 변호사
온라인 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코스닥 상장사 A사. 지난주 열린 A사의 주총에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이는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검은색 양복에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남성이었다.
참관을 요청하는 기자의 말에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던 그는 마지못해 허락하는체 하며 옆 사원에게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회사의 중견 간부쯤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자신을 회사의 고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오전 8시로 예정됐던 주총은 9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사측의 주주명부 확인이 지연되면서다. 양측 간 의결권 정족 수 확인에 착오가 있어 정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위임장 위조 사례와 철회 등도 발견됐다. 반발한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고성도 나왔다. 소액주주 측에서 제안했던 안건은 표 대결에서 모두 부결되며 사실상 주총에서 회사 측이 완승을 거뒀다.
주총이 끝나자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맡은 김인혁 씨가 최고경영자(CEO)에게 면담을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단 10분 만이라도 좋으니 접촉에 응해달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변호사를 통해 전달해 달라"고 답했다.
면담을 거절당한 김 대표는 "변호사의 회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경영진이 변호사를 맹신한 나머지 변호사의 말대로 하면 회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일을 변호사에게 상의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생각과 판단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영권 위해 막대한 변호사 비용 지불
A사를 비롯한 많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투자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코스닥 제약 전문업체 B사 소액주주연대 박남현 대표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자포자기한 마음"이라며 "회사는 조직이다.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법률팀으로 강력하게 응대하다 보니 개인이 뭉친 소액주주들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액주주운동 역효과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액주주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C사 소액주주연대 대표도 "경영진이 변호사 뒤에 숨어 방어만 하고 있다"며 "회사 비용으로 막대한 상주 변호사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주권을 찾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회사가 투명하게 경영될 수 있도록 주주들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코스닥 투자 문화가 바뀌고 주주들의 입김이 세져 적법 경영을 한다면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리고 주주 반란이 심해질수록 회사 측에 일하는 변호사의 수임료는 더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사측 변호사들은 소액주주 쪽에 서는 상대편 변호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농담도 던졌다.
회사 비용으로 변호사 보수를 지불할 경우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정 주주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중립적 안건이 아닌 경영권 분쟁 등 주주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례에서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개인 비용으로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아닌 사례에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변호사 비용을 회사가 지불했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검찰기소 사례는 많이 있다"면서도 "주총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이나 의결권 수거업체 비용을 회사에 전가했다고 해서 배임으로 처벌받은 선례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연대 등이 그러한 행위에 대해 고발을 해야 하지만 그런 사례조차 굉장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기울어진 주총 #소액주주연대
메트로신문 송태화 기자 alvi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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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https://m.metroseoul.co.kr/article/20210405500419
소액주주 "변호사의 회사" 분통
주주반발 커질 수록 변호사 웃는 아이러니
[메트로신문] 대주주의 일방적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소액주주 운동이 일부 기업에서는 더 폐쇄적인 운영을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권을 지키기 위한 소액주주 연대가 역설적으로 주주친화 경영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영진이 변호사 등 법무법인에 경영권 방어를 의뢰하면서 소액주주 운동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총 관장하는 회사의 고문 변호사
온라인 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코스닥 상장사 A사. 지난주 열린 A사의 주총에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이는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검은색 양복에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남성이었다.
참관을 요청하는 기자의 말에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던 그는 마지못해 허락하는체 하며 옆 사원에게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회사의 중견 간부쯤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자신을 회사의 고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오전 8시로 예정됐던 주총은 9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사측의 주주명부 확인이 지연되면서다. 양측 간 의결권 정족 수 확인에 착오가 있어 정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위임장 위조 사례와 철회 등도 발견됐다. 반발한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고성도 나왔다. 소액주주 측에서 제안했던 안건은 표 대결에서 모두 부결되며 사실상 주총에서 회사 측이 완승을 거뒀다.
주총이 끝나자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맡은 김인혁 씨가 최고경영자(CEO)에게 면담을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단 10분 만이라도 좋으니 접촉에 응해달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변호사를 통해 전달해 달라"고 답했다.
면담을 거절당한 김 대표는 "변호사의 회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경영진이 변호사를 맹신한 나머지 변호사의 말대로 하면 회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일을 변호사에게 상의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생각과 판단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영권 위해 막대한 변호사 비용 지불
A사를 비롯한 많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투자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코스닥 제약 전문업체 B사 소액주주연대 박남현 대표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자포자기한 마음"이라며 "회사는 조직이다.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법률팀으로 강력하게 응대하다 보니 개인이 뭉친 소액주주들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액주주운동 역효과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액주주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C사 소액주주연대 대표도 "경영진이 변호사 뒤에 숨어 방어만 하고 있다"며 "회사 비용으로 막대한 상주 변호사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주권을 찾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회사가 투명하게 경영될 수 있도록 주주들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코스닥 투자 문화가 바뀌고 주주들의 입김이 세져 적법 경영을 한다면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리고 주주 반란이 심해질수록 회사 측에 일하는 변호사의 수임료는 더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사측 변호사들은 소액주주 쪽에 서는 상대편 변호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농담도 던졌다.
회사 비용으로 변호사 보수를 지불할 경우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정 주주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중립적 안건이 아닌 경영권 분쟁 등 주주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례에서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개인 비용으로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아닌 사례에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변호사 비용을 회사가 지불했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검찰기소 사례는 많이 있다"면서도 "주총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이나 의결권 수거업체 비용을 회사에 전가했다고 해서 배임으로 처벌받은 선례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연대 등이 그러한 행위에 대해 고발을 해야 하지만 그런 사례조차 굉장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기울어진 주총 #소액주주연대
메트로신문 송태화 기자 alvi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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